본문 바로가기
👶 베트남 육아 & 일상

베트남에서 육아, 생각보다 할 만해요

by 홍시네 2025. 7. 8.

🍼 베트남에서 아기 키우기, 이렇게 시작했어요

안녕하세요. 홍시엄마예요 🍑

2023년,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 홍시가 찾아왔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가족은 다시 베트남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아기를 낳고 한창 회복 중이던 시기에 낯선 나라로 가는 일이 걱정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남편이 베트남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앞으로의 10년을 이곳에서 살아갈 예정이기에 결국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짐을 쌌어요.

사실 베트남이 완전히 낯선 곳은 아니었어요. 예전에 잠깐 살았던 적이 있어서 기본적인 베트남어도 할 수 있고, 현지 생활에 대한 감각도 어느 정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혼자서 살 때와 아기와 함께 사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걸 곧 깨달았어요.

아직도 생생해요. 비행기에서 홍시를 안고 있던 그때의 긴장감, 베트남 공항의 습하고 무거운 공기, 새벽에 짐을 풀며 '이게 진짜 시작이구나' 싶었던 그 감정까지요.

✈️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마음의 준비가 제일 어려웠어요

베트남행을 결정하기 전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은 '아기와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였어요. 제가 혼자였다면 그냥 짐 싸서 훌쩍 갔겠지만, 이제는 아이와 함께니까 모든 게 조심스러웠어요.

가장 큰 걱정들:
  • 아기 예방접종은 어떻게 이어가야 하지?
  • 베트남 병원 시스템은 한국처럼 체계적일까?
  • 이유식은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야 하지?
  • 혹시 아프면? 응급상황이면?
  • 기후 차이가 아기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이전 베트남 생활 때는 혼자라서 "뭐 안 되면 말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았는데, 이번엔 완전 달랐어요. 모든 결정에 아기가 우선이었고, 제가 실수하면 홍시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밤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했어요.

특히 걱정되었던 건 응급상황이었어요. 한국에서는 119만 누르면 되지만, 베트남에서는 언어 소통 문제도 있고... 물론 예전에 살았을 때 기본적인 의료 시스템은 파악해뒀지만, 아기 응급상황은 또 다른 차원이잖아요.

하지만 결국 선택은 '일단 해보자'였어요. 완벽한 준비는 없고, 완벽한 타이밍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있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호치민행 비행기 안에서 아기 를 안고 창문 밖을 보는 모습
호치민행 비행기 안에서 아기 를 안고 창문 밖을 보는 모습

🌿 호치민에 도착한 첫 날들, 모든 게 낯설었어요

이삿짐 정리는 둘째치고, 첫 며칠간은 하루하루가 전투였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땀이 송글송글 맺힐 만큼 더운 날씨에 아기는 몸을 뒤척였고, 현지 시장에선 익숙치 않은 재료와 낯선 향들이 가득했어요.

작은 전기포트 하나를 사기 위해 쇼피(Shopee)를 더 자주 이용하게 되었어요. 예전에 살 때도 쇼피를 종종 썼었는데, 아기와 함께 사니까 온라인 쇼핑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어요.

첫 주 동안의 도전들:

1. 날씨 적응

홍시는 한국의 선선한 가을 날씨에 익숙했는데, 갑자기 연중 30도가 넘는 호치민 날씨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에어컨 온도 조절부터 옷차림까지, 모든 걸 다시 배워야 했죠. 낮에는 너무 더워서 홍시가 자꾸 칭얼거렸어요.

2. 이유식 재료 구하기

한국에서 먹던 이유식 재료들을 현지에서 구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예를 들어 단호박은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한국식 미음을 위한 쌀은 어떤 걸 사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다행히 케이마켓에서 한국 제품들을 구할 수 있었지만, 가격은 비쌌어요. 그래도 홍시를 위해서라면 가격표 안 보고 구매하게 되더라고요.

3. 교통과 이동

그랩(Grab)으로 택시를 부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카시트 문제가 고민이었어요. 호치민 내에서는 차가 빨리 달리지 않는다고 자기 위안을 삼으며 다녔지만, 호치민 밖으로 벗어날 때는 카시트를 꼭 사용했어요. 호치민에서 jolie라는 브랜드의 카시트를 구매했어요.

4. 언어 소통

베트남어를 할 줄 안다고 해도, 육아 관련 전문 용어들은 또 다른 영역이더라고요. 병원에서 "ti ti"(띠띠)-쪽쪽이, " tã"(따)-기저귀 같은 기본 단어는 알겠는데, 복잡한 증상을 설명하거나 의사 선생님의 자세한 설명을 이해하는 건 여전히 어려웠어요. 병원에서는 보통 통역서비스를 요청했어요.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엔 정말 벅찼어요. 특히 홍시가 처음 열날 때는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 병원과 의료 시스템, 점점 익숙해지고 있어요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병원이었어요. 아기가 열이 날 때마다 '이게 큰 병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머릿속을 지배했어요.

호치민에서 아기 병원을 찾는 과정은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국제 병원부터 현지 병원까지 직접 경험해보면서 각각의 장단점을 파악했고, 이 경험을 다른 글에 정리 해뒀어요. 아래 링크 참고해주세요.

몇 번 다니다 보니 신뢰가는 의사 선생님도 생기고, 나만의 '안심 루트'가 생겼어요. 지금은 베트남어로 기본적인 증상 설명도 할 수 있게 되었고요.

2025.06.04 - [👶 베트남 육아 & 일상] - 호치민에서 아기 병원, 어디가 좋을까? 육아맘의 솔직 후기!

🛒 일상 생활의 변화들

쇼핑과 생활용품

처음엔 모든 걸 한국 마트에서 사려고 했는데, 비용이 너무 부담되더라고요. 지금은 현지 마트와 한국 마트를 적절히 섞어서 이용해요.

현지 마트나 시장에서 구매하는 것들:
  • 기본 생활용품 (세제, 화장지 등)
  • 신선한 과일, 야채, 고기, 생선 등
  • 아기 간식 (베트남 브랜드 중에도 좋은 게 많아요)
  • 기저귀, 물티슈 (쇼피에서 하기스나 팸퍼스 구매해요)
한국 마트에서 구매하는 것들:
  • 이유식 재료 중 특별한 것들
  • 한국 아기 치즈
  • 특별한 날 요리 재료

놀이와 교육

홍시가 점점 크면서 놀이 환경도 중요해졌어요. 짐보리나 트니트니 같은 육아 센터를 다니면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있어요. 베트남 시터이모와 함께 지내면서 홍시가 자연스럽게 베트남어도 몇 마디 따라 하게 되었어요.

날씨와 계절감

베트남은 사계절이 뚜렷하지 않아서 처음엔 아이에게 계절감을 어떻게 알려줄지 고민이었어요. 하지만 건기와 우기의 차이, 그리고 미세하게 다른 기온 변화를 통해서도 나름의 계절감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우기 때는 실내 놀이를 늘리고, 건기 때는 야외 활동을 많이 해요. 홍시는 특히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창문 너머로 빗방울 보는 걸 좋아해요.

🍼 요즘 우리 하루는 이렇게 흘러가요

지금은 저와 홍시가 함께하는 육아 2년 차의 하루가 조금은 안정되어 있어요. 생후 23개월이 된 홍시는 이제 표현도 늘고, 자기 의견도 점점 또렷해지는 시기예요.

아침엔 간단한 아침식사 후 잠깐 바깥바람을 쐬며 산책을 해요.
아이에게 자극이 되는 날씨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 저도, 홍시도 참 좋아하는 루틴이에요.

오전엔 함께 책을 읽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블록 놀이도 하고요.
한창 관심 많은 탈 것동물 소리 맞추기 같은 놀이가 요즘엔 최고 인기예요.
가끔은 쇼핑한 육아템이 도착하면 언박싱도 하고, 사용 후기는 블로그로도 공유해보려고 해요.

"이런 일상을 기록하는 내가, 참 잘하고 있구나" 싶은 순간도 종종 생겨요.

점심을 먹고 홍시가 낮잠을 자면, 그때가 제 작은 휴식 시간이기도 해요.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육아와 삶에 대해 메모해두기도 해요.
이 시간은 제게 다시 충전할 수 있는 소중한 숨구멍 같아요.

"이런 일상을 기록하는 내가, 참 잘하고 있구나" 싶은 순간도 종종 생겨요. 이 시간은 제게 다시 충전할 수 있는 소중한 숨구멍 같아요.

🌸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 해내고 있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한국에서 아기를 낳고 한창 몸조리 중이던 그때 베트남으로 돌아오기로 한 건 이미 정해진 상황이었지만 떠나기 전 까지 주변의 걱정들이 많았죠. 저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두려움도 있었어요. 

하지만 놀랍게도, 엄마가 안정되면 아기도 안정된다는 말이 정말 맞았어요. 제가 조금씩 일상에 적응해 가자 홍시도 웃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고, 밤잠도 잘 자게 되었어요. 그 모습이 얼마나 고맙고 대견했는지 몰라요.

적응하면서 느낀 변화들:

1. 언어적 성장

예전에 배웠던 베트남어가 육아와 함께 더욱 자연스러워졌어요. 홍시와 함께 베트남어 환경에 노출되다 보니, 일상적인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어요. 

2. 문화적 이해

베트남 사람들이 아이들을 정말 좋아한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길을 걷다가도 홍시를 보면서 웃어주시고, 배려를 엄청 많이 해주십니다.

3. 육아관의 변화

한국에서는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하고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는데, 베트남에서는 좀 더 여유롭게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되었어요. 물론 기본적인 안전과 건강은 타협하지 않지만, 작은 실수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해서는 더 유연해졌어요.

4. 네트워크 형성

처음엔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한인 맘 커뮤니티를 통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비슷한 상황의 엄마들과 정보도 나누고, 때로는 서로 아이를 봐주기도 하면서 든든한 육아동지가 생겼어요.

베트남에서 육아를 한다는 건 여전히 도전의 연속이에요. 언어의 벽, 문화 차이, 아기용품 수급 문제, 의료 시스템의 차이... 하나하나 쉬운 건 없어요.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 가족만의 루틴과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하루하루를 버티게 해줘요.

🌈 베트남 육아만의 특별한 즐거움들

베트남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발견한 특별한 즐거움들도 많아요. 한국에서는 비싸서 자주 못 먹던 열대과일들을 매일 줄 수 있고, 홍시가 한국어, 베트남어,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에요. 연중 따뜻해서 실외 활동을 많이 할 수 있고, 베트남 사람들의 여유로운 생활 리듬이 육아에도 좋은 영향을 줘요.

💌 혹시 저처럼 외국에서 육아를 시작하는 맘이 있다면...

실용적인 조언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현지 방식도 좋은 것들이 많으니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보세요. 한인 커뮤니티든, 국제 커뮤니티든 연결고리를 만들어두세요. 기본 현지어는 꼭 배우시고, 아이 물품은 여유있게 준비하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문화 차이를 즐기세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완벽하지 않아도, 준비가 다 되지 않아도, 하루하루 아이와 함께 만들어가는 일상이 곧 '답'이 되더라고요.

아직도 때때로 무섭고, 외롭고, 버거운 순간이 있지만 그 모든 시간 속에서 저는 엄마로서 조금씩 자라고 있어요. 홍시도 두 가지 문화 속에서 건강하고 밝게 자라고 있고요.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한 나에게, 그리고 우리 아기에게 "정말 수고 많았어. Mẹ yêu con nhiều lắm"(엄마가 아가를 정말 많이 사랑해) 이렇게 속으로 말해주는 밤이에요.

베트남에서의 육아 여정은 계속됩니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도전이지만, 그만큼 새로운 기쁨도 가득한 하루하루예요. 🌟